*사진은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퍼온 것입니다.
"밤늦게 터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밥상 위에 종이 냅킨으로 덮어놓은 도넛이 잔뜩 놓여있고
그 옆에서 할머니가 잠을 자듯 죽어있었다.
할머니의 야윈 가슴에 귀를 댔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시 살아날 가망은 없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서둘러 연락하거나 하지 않고,
적어도 하룻밤만이라도 할머니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할머니는 점점 차갑게 굳어갔고, 그 옆에서 나는 밤새 도넛을 먹었다.
반죽에 겨자씨를 넣고, 계피가루와 흑설탕을 뿌린 그 달콤한 맛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참기름으로 부드럽게 튀긴 한 입 크기의 크것을 볼이 미어지게 입에 넣을 때마다,
할머니와 뜰에서 볕을 쬐듯 따스하게 보낸 하루하루가 몽실몽실 거품처럼 되살아났다."
-달팽이 식당/13p/오가와 이토
어째서 donuts가 도나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집에 일찍 오면 가끔 엄마는 도나쓰를 만들어주셨다.
밥공기로 동그란 모양을 찍어내고,
소주잔으로 가운데 모양을 파내고.
그럼 도나쓰는 한쌍이 된다.
링과 동전 모양의 한쌍.
바쁜 엄마는 늘상 그렇게 우리들의 간식엔 소홀하지 않았다.
어린 내가 가슴으로 가득 안아야하는 썬키스트 뚱뚱이 오렌지 쥬스 병이 냉장고에 늘 있었고,
신문지를 깔아서 만든 두툼한 카스테라도 그렇고.
엄마가 꿈꾸던 가족이라는 모습은 어쩌면 자식과 간식을 다정히 나눠먹는 그런 것이었을런지도 모른다.
골든브라운으로 잘 익은, 설탕이 덮인 그 도나쓰는 여태 내가 먹었던 어느 도너츠보다도 맛있었다.
주말엔 친구들에게 줄 도나쓰를 만들어볼까.
+달팽이 식당의 저 부분과
지난 일요일에 봤던 호노카아 보이에서 B'의 마라소다도 생각난다.
바람이 살짝 불고, 햇빛이 은근히 들어오는 창문가 테이블에
얌전히 놓여 숙성되던 마라소다의 반죽들.